
나는 한동안 색이라는 것을 단순히 ‘예쁘게 보이기 위한 요소’ 정도로만 생각했다. 옷을 고를 때는 무채색 위주, 집 인테리어는 하얀 벽과 회색 커튼, 사무실 책상은 검정과 은색으로만 채웠다. 이렇게 하면 깔끔하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. 그러나 어느 날, 계절이 바뀌면서 햇빛이 달라졌는지, 회색 커튼을 친 거실에서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.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흐려지고,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. 기분 전환 겸 커튼을 따뜻한 베이지 톤으로 교체했을 때, 그 변화는 예상보다 컸다.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스며들어왔고, 눈의 피로가 줄었다. 거실에서 책을 읽을 때 마음이 한결 편안했고, 오후 피로가 덜했다. 무엇보다 거울 속 표정이 조금 더 온화해졌다. 그때부터 ‘..